본문 바로가기
독서/소설

4. 1차원이 되고 싶어 | 박상영 | 문학동네

by lento 2024. 4. 19.
반응형

2024.3.10. 네 번째 책


-
모두가 하나가 된 세상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치기 어린 반항심이 들면서도 단 한순간만이라도 어딘가에 속해보고 싶다는 과장된 고독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러니까 제발 누군가 나를 이 지긋지긋한 삶으로부터 구원해 줬으면. 단 한 번만이라도 내게 손을 내밀어줬으면.

-
이따금 샘물처럼 솟아나, 쓰나미처럼 내 마음을 덮치는 생각들. 나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윤도의 마음은 또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나는 왜 이토록 윤도를 갈망하며, 그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싶어 하는가. 갈수록 짙어지고 검어지는 마음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라앉았다가 다시 솟아오르는 감정의 요동을 겪던 나는 잊을 수 없는 뜨거운 여름을 맞았다.

-
“그럼,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
네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너와 나라는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
지금도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면 너를 생각해.
숨 막히게 나를 짓누르던 너의 질량과 그 무게가 주던 위안을 기억해.

-
그 순간 세상이, 우리가 속한 차원의 세상이 멈춰버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였으며, 우리인 채로 고유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심지어 나머지 인생 전부 와도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 작가의 말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관계를, 그 시절 내 삶에는 주 어지지 않았던 구원의 존재를 가상의 세계 속에서나 마 찾아내고 싶었다. “


1차원이 되고 싶어
2019년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대범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힘이 있”(소설가 김성중)다는 평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대상을, 2021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낡은 관계와 관념을 무너뜨리는 혁신적 면모를 보여줬다”(신동엽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평을 받으며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가 출간되었다. 2020년 상반기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전반부를 연재할 때부터 큰 관심과 인기를 모은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이후 작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200자 원고지 1,300매가 넘는 묵직한 분량으로 완성되었다.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여줄 뿐 아니라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미국의 출판 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2021년 가을 주목할 작가’에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본격적인 장편소설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한국의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십대 퀴어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이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부동산 가격과 학군으로 구획된 당대 아파트 단지의 생활상, 숨막히는 대입 경쟁과 비뚤어진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생활, 그 시대를 함께한 주위 사람들의 다채로운 면면이 살아 숨쉰다. 그간 청춘 세대의 사랑과 이별을 활기 있게 그려온 작가는 첫 장편을 통해 ‘십대 시절’이라는 생애의 한 시작점으로 시선을 돌려, 지금 여기에 우리를 있게 한 근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내면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그 시절의 어두운 기억까지 남김없이 길어올려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이 색다른 성장소설은 그야말로 박상영 작가의 새로운 ‘첫’이자 오래도록 읽히며 회자될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저자
박상영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1.10.08
반응형